IRP로 ETF 투자하기 — 계좌 확인부터 주의점까지
IRP에서는 개별 주식을 한 주도 살 수 없다. 그런데 그 주식을 담은 ETF는 살 수 있다. 주문 버튼을 누르기 전에 알아야 할 규칙을 2026년 현행 법령 기준으로 정리했다.
2024년 10월 31일부터 올해 6월 말까지, 퇴직연금 15조 9천억 원이 담긴 상품을 팔지 않은 채 사업자만 바꿔 옮겨 갔다. 그중 5조 2천억 원은 은행에서 증권사로 갔다고 금융감독원 발표(2026-08-24)는 밝힌다.
이 흐름만 보면 "IRP는 증권사로 옮겨서 ETF를 사는 계좌"처럼 보인다. 반만 맞다. IRP로 ETF 투자를 하려면 상품을 고르기 전에 계좌의 규칙부터 읽어야 하고, 그 규칙은 일반 주식 계좌와 꽤 다르다. 이 글은 특정 ETF를 추천하지 않는다. 내 계좌가 무엇을 허락하는지 확인하는 순서만 다룬다.
1단계: 내 IRP가 ETF 주문을 받는 계좌인지부터
의외로 첫 관문에서 막히는 사람이 많다. ETF 매매 지원 여부와 살 수 있는 ETF 목록은 퇴직연금 사업자마다 다르다. 은행 IRP도 주요 시중은행은 ETF 매매를 제공한다는 은행 현장 칼럼(2026-03)이 있지만, 같은 칼럼도 "금융회사별로 투자가능 ETF 목록이 상이하니" 미리 확인하라고 덧붙인다.
확인은 앱에서 3분이면 끝난다.
- IRP 계좌 메뉴에 ETF(상장지수펀드) 매수 항목이 있는가. 펀드·예금만 보이면 그 계좌는 ETF를 받지 않는다.
- 있다면 검색창에 관심 지수 이름을 넣어 본다. 목록에 없으면 그 사업자에서는 못 산다.
- 주문 방식도 본다. 실시간 체결인지, 주문 가능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는지는 사업자마다 다를 수 있다.
목록이 마음에 안 들어 계좌를 옮기고 싶다면 실물이전이 있다. 다만 지금은 같은 제도끼리만(IRP→IRP, DC→DC) 가능하다. 회사가 넣어 주는 DC형 퇴직연금을 다른 사업자의 IRP로 상품째 옮기는 길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금감원이 8월 24일 개선 TF를 출범시켰고, 10월부터 전산 개발에 들어가 2027년 중 가능할 전망이라는 보도가 나온 단계다. 시행 전이니 지금 계획에 넣지 말 것.
2단계: 주문 버튼 앞에서 — 되는 것, 안 되는 것, 한도 밖인 것
IRP의 운용 규칙은 세 겹이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고용노동부 시행규칙, 그리고 금융위원회 고시인 퇴직연금감독규정. 셋을 겹쳐 읽으면 주문 화면이 왜 그렇게 생겼는지 이해된다.
핵심은 시행규칙 제10조 두 문장이다. 첫째, DC형과 IRP는 위험자산을 가입자별 전체 적립금의 70%까지만 담을 수 있다. 둘째, 주식(지분증권)은 집합투자, 즉 펀드나 ETF 형태로만 투자할 수 있다. 삼성전자 한 주는 못 사도 삼성전자가 들어 있는 ETF는 살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 상품 유형 | IRP 매수 | 70% 한도 계산 |
|---|---|---|
| 국내 상장 주식형 ETF (국내·해외 지수 추종 포함) | 가능 | 포함 — 위험자산 |
| 국채·우량 회사채 등 채권형 ETF | 가능 | 제외 — 나머지 30%를 채우는 쪽 |
| 주식 투자한도 50% 미만인 혼합형 | 가능 | 제외 (감독규정 제11조) |
| 적격 TDF (감독원장 기준 충족분) | 가능 | 제외 — 이름만 TDF인 상품은 따로 확인 |
| 레버리지·인버스 ETF | 불가 | — (1배 초과·음의 배율 연동 상품) |
| 파생상품 위험평가액이 자산의 40%를 넘는 펀드·ETF | 불가 | — (일부 1배 합성 ETF는 별도 기준) |
| 개별 주식, 해외 증시 직상장 ETF | 불가 | — 해외 지수는 국내 상장 ETF로 |
근거: 퇴직연금감독규정 제9조·제11조, 시행규칙 제10조. 해외 직상장 ETF 불가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안내 참고.
70%는 상품마다 붙는 상한이 아니다. 계좌 전체에 걸린 계기판이다. 적립금 1,000만 원이면 주식형 ETF를 비롯한 위험자산 합계가 700만 원을 넘게 되는 주문은 들어가지 않는다.
그럼 주가가 올라 비중이 저절로 75%가 되면? 위반이 아니다. 감독규정 제13조는 시장가치 변동으로 한도를 넘긴 경우를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고 적고, 사업자가 가입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게 했다. 억지로 팔리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새로 담는 위험자산은 여전히 한도 안에서만 가능하다. 오를수록 추가 매수 여지가 줄어드는 구조인 셈.
세액공제는 입구일 뿐 — 출구 규칙이 따로 있다
IRP 글이 대부분 세액공제에서 시작해 세액공제로 끝난다. 하지만 이 계좌의 진짜 성격은 돈을 꺼낼 때 드러난다.
먼저 입구. 소득세법 제59조의3에 따라 연금저축은 연 600만 원, 연금저축과 IRP를 합쳐 연 900만 원까지 공제 대상이다. 공제율은 12%이고, 총급여 5,500만 원 이하(근로소득만 있는 경우)면 15%. 지방소득세까지 더하면 흔히 말하는 13.2%·16.5%가 된다. 900만 원을 채우면 이론상 최대치는 각각 118만 8천 원, 148만 5천 원.
"이론상"에 밑줄. 세액공제는 낼 세금에서 깎아 주는 방식이라, 원래 낼 세금보다 많이 돌려받을 수는 없다. 결정세액이 적은 해라면 900만 원을 넣어도 공제액이 다 쓰이지 않는다. 연간 납입 자체는 연금계좌 합산 1,800만 원까지 가능하지만 공제 한도는 별개다.
이제 출구. IRP는 일부만 쓱 빼는 계좌가 아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제18조가 정한 사유가 있어야 중도인출이 되고, 없으면 계좌를 해지해야 한다. 사유 목록은 이렇다: 무주택자의 본인 명의 주택 구입, 무주택자의 전세금·보증금 부담,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질병·부상의 의료비, 신청일 기준 5년 안의 파산 선고·개인회생 개시 결정, 재난 피해, 수급권 담보대출 상환. 세부 조건이 붙는 항목도 있다.
함정은 그다음에 있다. 법이 중도인출을 허락했다고 세금까지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세율은 소득세법이 따로 정한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20조의2의 "부득이한 인출" 목록(천재지변, 3개월 이상 요양, 파산·개인회생 등)에 주택 구입과 전세는 없다. 요양 기준도 근퇴법은 6개월, 세법은 3개월로 서로 다르다. 그래서 집을 사려고 꺼내면 중도인출은 되지만,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금과 운용수익 부분에는 연금외수령 세율이 붙는다.
| 꺼내는 방식 | 조건 | 세액공제분·운용수익에 붙는 세금 |
|---|---|---|
| 연금수령 | 55세 이후 수령 신청 + 가입 5년 경과, 연간 수령한도 안에서 | 연금소득세 5.5%(70세 미만)·4.4%(70~79세)·3.3%(80세 이상) |
| 부득이한 사유 인출 | 요양·파산·재난 등, 사유 확인 후 6개월 안에 서류 제출 | 연금소득세율로 분리과세 |
| 그 밖의 인출·해지 | 주택 구입·전세 목적 중도인출 포함 | 기타소득세 16.5% |
세율은 지방소득세 포함. 근거: 소득세법 제129조, 소득세법 시행령 제40조의2. 퇴직금으로 들어온 돈(이연퇴직소득)은 퇴직소득세 기준이 따로 적용된다.
원금만 놓고 보면 16.5%로 공제받고 16.5%로 토해내는 셈이다. 총급여가 5,500만 원을 넘어 13.2%로 공제받은 사람이라면 오히려 더 낸다. ETF 이름을 검색하기 전에 "이 돈을 55세 전에 쓸 일이 있나"부터 따져 볼 것.
'무료 IRP'의 범위, 그리고 남는 비용
IRP 고유의 비용은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다. 둘 다 적립금의 일정 비율을 매년 떼는 구조라 금액이 쌓이면 무시하기 어렵다. 연 0.2%를 가정하면 적립금 1억 원에서 20년간 단순 합계 400만 원이라는 계산(아주경제, 2026-08)도 있다.
같은 기사에 따르면 비대면 IRP에서 이 두 수수료를 면제하는 사업자가 늘었고, 올해 8월부터 조건 없이 전 계좌를 면제한 보험사도 나왔다. 그렇다고 비용이 0이 되지는 않는다. 기사의 지적대로 면제되는 건 보통 계좌 관리 수수료뿐이고, ETF의 총보수와 거래 과정의 비용은 그대로 남는다.
비교는 금감원 통합연금포털에서 한다. 2026년 3월 퇴직연금 통계가 확대되면서 사업자별 수수료 총비용, 운용관리·자산관리 수수료, 펀드 총비용을 볼 수 있게 됐다. 수수료가 낮아도 원하는 ETF가 목록에 없으면 소용없으니, 1단계의 목록 확인과 같이 봐야 한다.
마치며 — 계좌가 먼저 묻는 질문
주식 계좌는 "무엇을 살까"를 묻는다. IRP는 순서가 반대다. 언제 꺼낼 수 있는지, 얼마까지 위험을 질 수 있는지, 어디까지 살 수 있는지를 계좌가 먼저 정해 두고, 그 안에서만 고르라고 한다. 귀찮은 제약처럼 보이지만 노후 자금 계좌가 단기 매매에 휘둘리지 않게 만든 장치이기도 하다.
그러니 마지막 질문은 상품이 아니라 날짜다. 이 돈이 필요해지는 날이 55세 전일까, 후일까. 그 답에 따라 IRP는 절세 계좌가 되기도 하고, 세금을 미뤄 둔 계좌가 되기도 한다.
고지 — 이 글은 IRP 제도를 설명하는 교육용 정보이며 특정 금융상품·종목·ETF의 매수나 계좌 이전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ETF는 원금 손실이 날 수 있고, 투자 판단과 그 결과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세법과 감독규정은 바뀔 수 있으니 실행 전에 가입한 금융회사와 국세청 안내로 최종 확인하세요. (기준일 2026-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