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보호 · 2026

무등록 AI 자동매매, FINRA가 경고한 이유

규제기관이 보는 건 알고리즘 성능이 아닙니다. 누구의 계좌에서, 누가 주문 버튼을 누르느냐 — 법이 갈리는 지점은 거기입니다.

어두운 책상 위에 주식 차트가 켜진 스마트폰과 도장이 찍힌 서류, 돋보기가 놓여 있는 사진
광고에서 확인해야 할 건 수익률 숫자가 아니라 등록번호입니다.

2026년 4월 12일, 금융감독원은 불법 영업이 의심되는 이른바 '핀플루언서' 채널 5개를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다섯 곳이 한 덩어리로 묶여 발표됐지만, 적용된 법 조항은 두 개로 갈렸습니다. 네 곳은 자본시장법 제101조(유사투자자문업 신고) 위반, 한 곳은 제17조(투자자문업·투자일임업 등록) 위반 소지였습니다.

무엇이 달랐을까요. 네 곳은 월 2,990원에서 60만 원까지 구독료를 받고 종목과 매매 타이밍을 알려줬습니다. 나머지 한 곳은 자체 개발한 주식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팔았습니다. 금감원은 이 프로그램 판매를 투자판단을 일임받은 행위로 보고, 투자일임업 등록 없이 영업한 소지를 지적했습니다.

이 구분은 "AI가 얼마나 똑똑한가"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데 광고를 읽는 투자자 대부분은 정확히 그 부분만 봅니다. 아래는 규제기관이 실제로 보는 항목을 순서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한국 제도를 중심으로, 미국 FINRA·SEC 사례는 비교 참고로 붙였습니다.

같은 AI, 갈리는 동사(動詞)

자본시장법이 구분하는 건 기술이 아니라 권한입니다. 업체가 정보만 건네고 최종 주문은 투자자가 누르면 자문의 영역입니다. 반대로 업체가 투자판단을 대신 내리고 그 결과가 곧장 내 계좌에 반영되면 일임의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광고 문구에서 확인할 건 수익률 숫자가 아니라 동사입니다. "알려드립니다"인지 "대신 매매해 드립니다"인지. AI 자동매매를 내세운 서비스는 구조상 후자에 가까워지기 쉽고, 후자는 등록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제17조 — 금융투자업 등록 없이 투자자문업 또는 투자일임업을 영위할 수 없습니다.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제445조 제1호).

제11조 — 인가 없이 투자중개업을 영위할 수 없습니다.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제444조 제1호).

출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다만 프로그램을 판매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투자일임이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는 투자판단의 주체가 누구인지, 매매가 투자자의 개별 승낙 없이 실행되는 구조인지를 종합해 판단한다고 봅니다. 경계가 애매한 회색지대가 실제로 존재하고, 2026년 4월 사례에서 금감원이 "위반 소지"라는 표현을 쓴 것도 그 때문입니다.

2024년 8월 14일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은 이 경계를 한 번 정리했습니다. SNS나 오픈채팅 같은 온라인 양방향 채널을 통한 유료 회원제 영업을 투자자문업 영역으로 규율하고, 손실보전·이익보장 약정 금지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원금 보장"이라는 말이 계약서가 아니라 광고 문구에만 있어도 문제가 되는 근거가 여기 있습니다.

FINRA가 뽑아둔 문장들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은 2025년 7월 29일 무등록 업체의 자동매매 서비스 위험을 다룬 투자자 경고를 냈습니다. 흥미로운 건 경고 대상이 "AI 자동매매"라는 기술이 아니라, 그 서비스를 파는 문장의 패턴이라는 점입니다.

  • 초보자도 쉽고, 위험이 없다는 취지의 설명
  • 월 10%를 넘는 수익이 꾸준히 난다는 주장
  • 검증되지 않은 과거 수익률을 근거로 내세우는 홍보
  • 평판 있는 증권사와 제휴했다며 로고를 무단 사용하는 경우
  • 등록 자문사에서 쓰는 '운용자산(AUM)' 같은 용어를 빌려 쓰는 경우

FINRA는 AI 역량에 관한 허위 주장이 사기 구조를 그럴듯하게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다고 짚습니다. 국내 상황도 비슷합니다. 2026년 국내 보도에 따르면, AI 자동매매로 미국 주식에 투자해 원금 손실 없이 수익을 내주겠다며 230억 원 상당을 가로챈 일당이 검거됐습니다.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AI의 성능이 아니라 "원금 손실 없이"라는 다섯 글자였습니다.

수익률은 검증에 시간이 걸리지만, 손실보전 약속은 그 자리에서 판정됩니다. 법이 금지한 문장이니까요.

3분이면 끝나는 확인, 그리고 등록이 보증하지 않는 것

등록 여부는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직접 조회할 수 있습니다. 두 메뉴가 다르니 구분해서 보셔야 합니다.

  • 제도권 금융회사 조회 — 투자자문업·투자일임업 등 인가·등록을 받은 금융회사인지 확인
  •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현황 — 불특정 다수 대상 유료 투자정보 제공을 신고한 사업자인지 확인

둘 다에서 이름이 나오지 않으면, 그 업체는 최소한 공적으로 확인 가능한 자격이 없는 상태입니다. 업체가 보내온 등록번호를 그대로 믿지 말고 포털에서 역으로 조회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FINRA도 제휴를 주장하는 증권사가 있다면 그 증권사에 직접 연락해 확인하라고 권합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 하나. 등록은 최저 기준이지 품질 보증이 아닙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4년 3월 18일 등록된 투자자문사 두 곳(Delphia, Global Predictions)을 AI 사용에 관한 허위·오인 표시로 제재하고 각각 22만 5천 달러, 17만 5천 달러의 민사 제재금을 부과했습니다. 한 곳은 "최초의 규제받는 AI 금융 자문"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당시 게리 겐슬러 위원장은 이를 두고 "AI 워싱은 투자자에게 해를 끼친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례가 알려주는 건 두 가지입니다. 등록 업체도 AI를 과장하면 제재를 받는다는 것, 그리고 등록돼 있어야 제재라도 받는다는 것. 무등록 업체는 애초에 감독·제재 체계 안에 없어서, 문제가 생기면 행정 제재가 아니라 수사로 넘어갑니다.

돈이 묶인 뒤, 길은 여기서 갈린다

가장 실질적인 차이는 사고가 난 다음에 드러납니다. 제도권 금융회사에 맡긴 예탁금은 자본시장법 제74조에 따라 회사 고유재산과 분리돼 증권금융회사에 별도 예치됩니다. 회사가 잘못돼도 내 돈은 회사 재산에 섞여 있지 않습니다. 무등록 업체 계좌로 보낸 돈에는 그런 장치가 없습니다.

구분제도권 금융회사무등록 업체
확인 경로파인 제도권 금융회사 조회에 등재어느 목록에도 없음
자금 보관자본시장법 제74조 별도 예치업체가 지정한 계좌로 직접 송금
문제 발생 시금감원 민원·분쟁조정 절차 이용1332 신고 → 수사의뢰 → 형사·민사 절차
회수 변수회사가 존속·감독 대상범인 특정과 자산 보전 여부에 좌우

피해가 의심되면 금융감독원 불법금융신고센터(국번 없이 1332)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송금 내역, 대화방 캡처, 광고 화면, 프로그램 설치 파일과 설정 화면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니 먼저 확보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경찰청이 집계를 시작한 2023년 9월부터 2년간, 불법 투자 리딩방 관련 피해 신고는 1만 4천여 건, 피해액은 1조 2천억 원을 넘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을 포함한 4년(2022~2025년) 동안 금감원이 적발한 미등록 투자일임은 22건이었습니다. 연도별로는 10건·5건·3건·4건입니다.

출처: 경찰청 집계 및 국회 정무위원회 박성훈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2026년 9월 보도)

두 숫자의 간극을 어떻게 읽을지는 갈립니다. 같은 자료에서 유사투자자문 관련 신고는 2022년 1,508건에서 2025년 373건으로 줄었습니다. 단속이 효과를 냈다고 볼 수도 있고, 영업이 신고가 닿지 않는 채널로 옮겨갔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판단을 어렵게 하는 사정이 하나 있는데, 금감원이 신고·점검·수사의뢰 건수를 카카오톡 오픈채팅·텔레그램·유튜브 같은 영업 채널별로 구분해 집계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박성훈 의원은 "불법업체는 진화하는데 감독이 제자리라면 피해 뒷북 감독만 반복될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리하면

AI 자동매매 광고를 만났을 때 순서는 이렇습니다. 첫째, 문구의 동사를 봅니다. 정보를 주는지 계좌를 맡기라는지. 둘째, 파인에서 이름을 조회합니다. 등록·신고 목록 어디에도 없으면 거기서 멈춥니다. 셋째, "원금 보장"이나 "월 몇 % 확정" 같은 표현이 있으면 수익률의 진위를 따질 필요도 없습니다. 그 약속 자체가 법이 금지한 것이니까요.

규제기관이 무등록 업자를 경고하는 이유는 그들의 AI가 형편없어서가 아닙니다. 성능이 좋든 나쁘든, 그 바깥에서는 잘못됐을 때 붙잡을 손잡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확인에 드는 시간은 3분이고, 확인하지 않았을 때 드는 시간은 수사와 소송의 단위로 계산됩니다.

이 글은 제도와 확인 절차를 설명하는 정보성 자료이며, 특정 금융상품이나 서비스의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개별 업체의 위법 여부는 수사기관과 법원이 판단합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금융감독원(1332) 또는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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