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섬웨어 RaaS·4중 갈취, 기업 대응 완전 정리
백업 돌리고 백신 깔았으니 안심? 2026년의 공격은 그 두 개를 이미 우회합니다. RaaS 생태계 구조부터 4중 갈취를 축별로 막는 법, IT팀이 이번 주에 점검할 7가지까지 정리했습니다.
2025년 6월, 국내 최대 온라인 서점 예스24가 랜섬웨어에 감염돼 약 5일간 전 서비스가 멈췄습니다. 추정 손실 약 100억 원, 회원 약 2,000만 명의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까지 거론됐죠. 백업이 없어서였을까요? 아닙니다. 요즘 공격자는 백업 복구를 "실패"로 만들지 않습니다. 복구되든 말든 다른 세 개의 칼날로 계속 돈을 요구하니까요.
한국 기업 대상 랜섬웨어 침해는 2021년 1건에서 2023년 17건, 그리고 2025년에는 10월 말까지만 56건으로 최근 5년 중 최다를 기록했습니다(안랩 ASEC 집계). 데이터넷 보도에 따르면 피해 기업의 약 20%가 파산 위기까지 몰렸습니다. 숫자가 늘어난 것보다 무서운 건 공격의 문법이 바뀌었다는 사실입니다.
왜 '백업 + 백신' 공식이 무너졌나
오랫동안 랜섬웨어 대응의 정답은 두 줄이었습니다. "백신으로 막고, 뚫리면 백업으로 복구한다." 2026년 기준으로 이 공식은 세 군데에서 새고 있습니다.
첫째, 백신이 잡던 시절의 악성코드가 아닙니다. 시그니처 기반 안티바이러스는 '알려진 나쁜 파일'을 찾습니다. 그런데 RaaS로 찍어내는 랜섬웨어는 실행할 때마다 코드를 바꾸는 폴리모픽이 기본이고, 아예 파일을 안 떨구는 파일리스·정상 도구 악용(LotL) 기법으로 움직입니다. 시그니처로는 그림자만 쫓는 셈이죠. 그래서 행위 기반으로 탐지하는 EDR/XDR이 별도로 필요합니다.
둘째, "복구했으니 끝"이 아닙니다. 백업은 암호화라는 갈취 축 하나만 막습니다. 데이터를 이미 빼간 공격자는 복구된 당신에게 "그럼 이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다시 요구합니다. 백업은 몸값 협상의 지렛대를 줄여줄 뿐, 유출 자체를 되돌리지 못합니다.
셋째, 방어의 무게중심이 예방에서 '탐지·대응·복구'로 이동했습니다. 다 막는다는 전제가 이미 비현실적이라, 뚫린 뒤 얼마나 빨리 알아차리고 측면 확산을 끊느냐가 승부처가 됐습니다. 미국 CISA의 #StopRansomware 가이드도 예방·탐지·대응·복구 네 축을 동시에 세우라고 권고합니다.
RaaS — 범죄가 '분업 산업'이 된 구조
공격이 정교해진 근본 원인은 랜섬웨어가 비즈니스 모델이 됐다는 데 있습니다. RaaS(Ransomware-as-a-Service)는 넷플릭스 구독처럼, 공격 도구를 '빌려 쓰는' 시장입니다. 역할이 이렇게 나뉩니다.
| 역할 | 하는 일 | 수익 구조 |
|---|---|---|
| 코어 개발사 | 암호화 툴킷·유출 사이트·협상 인프라를 만들어 라이선스로 대여 | 몸값의 20~30% |
| 제휴사(Affiliate) | 실제 침투·배포 실행. 기술이 부족해도 툴킷으로 공격 가능 | 몸값의 70~80% |
| 초기 접근 브로커(IAB) | 이미 뚫어 둔 VPN·RDP 계정, 크리덴셜을 미리 판매 | 건당 판매 |
이 분업 덕분에 고급 해킹 실력이 없어도 공격이 가능해졌고, 공격 총량이 폭증했습니다. 2025년 6월 한 달 동안 Qilin 그룹 하나가 81건의 공격을 저질렀습니다. 전월 대비 47.3% 증가한 수치죠. 전 세계 유출 사이트에 이름이 오른 조직은 2025년 한 해 7,500곳을 넘겼고, 피해 조직 수는 전년 대비 약 58% 늘었습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상대가 개인 해커가 아니라 분업화된 공급망이라면, 우리 방어도 한 겹으로는 대응이 안 됩니다. 어느 한 축을 막아도 나머지 축이 살아 있으면 협상 테이블은 그대로 유지되니까요.
4중 갈취 해부 — 네 개의 칼날, 각각의 방패
'4중 갈취(Quadruple Extortion)'는 압박 수단을 네 겹으로 쌓는 전술입니다. 데이터 암호화로 시작해, 유출 협박·DDoS·이해관계자 협박이 순차로 얹힙니다. 중요한 건 축마다 방패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하나의 대책으로 네 개를 다 막을 수는 없습니다.
| 갈취 축 | 공격자가 노리는 것 | 이 축을 막는 방패 |
|---|---|---|
| ① 암호화 | 파일을 잠가 업무 마비, 복구 대가로 몸값 요구 | 변경·삭제 불가한 불변(immutable)·오프라인 백업 |
| ② 데이터 공개 | 빼낸 자료를 유출 사이트에 공개하겠다고 협박 | 민감정보 암호화·DLP·수집 최소화로 '공개할 가치'를 줄임 |
| ③ DDoS | 홈페이지·서비스를 마비시켜 협상 압박 가중 | DDoS 완화 서비스·CDN, 트래픽 급증 자동 차단 |
| ④ 이해관계자 협박 | 고객·협력사·언론에 직접 연락해 평판 압박 | IR·대외 커뮤니케이션 플랜, 규제 통지 절차 사전 준비 |
실제로 어떻게 결합되는지 보면 감이 옵니다. 2025년 6월 미국 오클라호마 듀랜트 시정부는 800GB가 넘는 데이터를 탈취당했습니다. 공격자는 48시간 내 지불을 요구하며 여권·주소·전화번호를 팔거나 공개하겠다고 협박했고, 동시에 디지털 결제 등 시 서비스까지 마비시켰습니다. 데이터 탈취 + 공개 협박 + 서비스 중단이 한 사건에 포개진 겁니다. Clop 같은 그룹은 피해 기업의 고객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당신 정보가 곧 공개된다"고 알리는 방식까지 씁니다.
그래서 대응은 백업 하나에 올인하는 게 아니라, 네 축을 각각의 방패로 나눠 덮는 설계여야 합니다. 위 표의 오른쪽 열이 사실상 방어 로드맵인 셈이죠.
지금 IT팀이 점검할 7가지 체크리스트
거창한 솔루션 도입 전에, 이번 주 안에 확인할 수 있는 항목들입니다. 각 항목이 4중 갈취의 어느 축을 막는지 함께 표시했습니다.
불변·오프라인 백업이 실제로 격리돼 있나
3-2-1 규칙(사본 3개·매체 2종·오프사이트 1개)에 더해, 일정 기간 변경·삭제가 불가능한 immutable 설정을 확인하세요. 백업 서버가 운영망에 그대로 붙어 있으면 함께 암호화됩니다.
① 암호화 방어모든 관리자·VPN 계정에 MFA가 걸려 있나
MFA는 계정 탈취의 대부분을 막는 가장 비용 대비 효과 큰 방패입니다. 고위험 환경은 문자·앱을 넘어 하드웨어 키 기반의 피싱 저항 MFA를 권장합니다.
진입점 차단백신 외에 행위 기반 EDR/XDR이 있나
폴리모픽·파일리스 공격은 시그니처로 안 잡힙니다. 실행 파일이 아니라 '행동'을 보는 탐지 도구가 있어야 하고, 알림이 실제로 누군가에게 도달하는지도 점검하세요.
탐지·대응측면 이동(lateral movement)을 끊을 구조인가
한 대가 뚫려도 전체로 번지지 않도록 네트워크 분할, 최소 권한, 관리자 계정 분리를 적용하세요. 초기 침투와 전면 암호화 사이의 시간이 곧 대응의 골든타임입니다.
① 암호화 방어외부 노출된 RDP·VPN이 방치돼 있지 않나
IAB가 파는 진입 크리덴셜의 상당수가 노출된 원격 접속에서 나옵니다. 불필요한 원격 포트를 닫고, 패치 상태와 유출 크리덴셜 여부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세요.
진입점 차단유출돼도 덜 아프도록 데이터를 다뤘나
민감정보 저장 시 암호화, DLP로 대량 반출 탐지, 그리고 애초에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수집·보관하지 않는 것. 공개 협박(②축)의 위력은 '공개될 가치'에 비례합니다.
② 데이터 공개 방어침해 대응(IR) 플랜과 통지 절차가 문서로 있나
누가 결정하고, 고객·협력사·규제기관에 언제 어떻게 알릴지 미리 정해 두세요. 지불 여부에 대한 사전 정책과 연 1회 이상의 모의훈련(tabletop)이 ③·④축 압박을 견디는 힘이 됩니다.
③ DDoS · ④ 협박 방어그래서, 돈은 내야 하나?
통계는 묘하게 갈립니다. 2025년 하반기 업계 협상 데이터 기준, 실제 지불률은 역대 최저 수준인 약 28%까지 떨어졌는데 지불액 중앙값은 오히려 5배가량 뛰었습니다. 많은 기업이 "안 낸다"로 돌아서는 동안, 낼 수밖에 없는 소수는 더 크게 물리고 있다는 뜻이죠. 게다가 체인지 헬스케어처럼 지불이 재갈취를 부르기도 합니다. 정답을 하나로 못 박긴 어렵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지불 여부를 사고 터진 그날 처음 고민하면 이미 늦다는 것. 위 7가지를 평시에 갖춰 두면, 협상 테이블에서 당신이 쥔 카드의 수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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